당신은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 우리 모두는 성장 환경, 교육 등에 의해 은연중 보수이든 진보 성향이든 어느 한쪽으로 조금은 기울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네 얼굴이 어느 정도 좌우 비대칭이 있듯이 말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사람이 경제적으로는 보수적 일 수 있고 정말 다양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보수와 진보, 우익과 좌익, 좌파와 우파. 이 어렵고 헷갈리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다.
1. 진보와 보수의 기원 : 프랑스 대혁명(좌파, 우파)
보수와 진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시민 혁명(프랑스 대혁명, 1789.5.5 ~ 1799.11.9)에서부터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프랑스혁명 이전에는 인구의 2%도 안 되는 왕, 귀족들과 98%의 시민계급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고 98%의 혁명 세력에 의해, 이러한 절대왕정의 권력구조는 깨지게 된다. 그리하여 프랑스에서는 절대왕정의 군주제가 폐지되고, 공화정이 수립되면서, 의원들이 선출되고 처음으로 국민공회(의회, 입법부)가 개최되게 된다. 그리고 프랑스 대혁명의 98%의 시민계급에서 새로운 권력계층이 등장했으니 바로 자본주의 계층이었다. 일명 부르주아 계층이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때 열리는 국민공회에서 의장석을 기준으로 좌측에는 급진, 개혁 성향의 자코뱅파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의장석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주로 자본가, 온건 성향의 지롱드파가 있었다. 즉, 절대 혈통, 출신 성분에 의한 절대왕권과 봉건적 국가질서가 무너지게 됨으로써, 같은 시민계급에서 각자의 성향에 따라 의견과 생각이 충돌하게 되고, 바로 여기에서부터 좌파와 우파의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정리하면 98%의 프랑스 대혁명을 일으킨 시민계층 중에서도 80% 정도가 급진, 개혁적인 성향의 노동자가 좌파였으며, 나머지 20% 정도는 비교적 온건하게 체제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우파가 된다. 이 우파에는 자본가 세력들이 많았고,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여기에서 급진, 개혁적인 성향의 좌파가 진보로 연결되며, 반대 성향의 우파가 보수로 연결되게 된다.
2. 전통적 개념에서 진보와 보수
(1) 좌파와 우파(진보와 보수)의 의미와 성격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이다. 구체적인 쟁점에 따라서는 그 기준이 많기 때문에 두부 자르듯이 획일적으로 나눠서 말할 수가 없다. 사전적인 의미로 살피자면, 진보는 역사의 발전 속에서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보수는 `새로운 변화보다는 지금까지 지녀왔던 가치를 옹호`라는 의미를 지닌다. 2017년 JTBC 방송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는 보수와 진보를 각각 `관성`과 `운동`이라고 말했다. 그 개념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문장이 아닐 수 없었다. 사람은 원래 태생적으로 보수적이다. 해왔던 데로 하려고 하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큰 변화 없이 기존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징이 기본적으로 `보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뭔가를 바꾸려고 하고 시도하려고 한다. 이런 특징이 `진보`인 것이다.
(2) 구체적 쟁점에 따른 진보와 보수
구체적인 쟁점과 요소에 따라서 진보(좌파)와 보수(우파)의 입장에 대해 알아보자. 우파인 보수에서는 기본적으로 법치주의를 중시하며, 사회적 여건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한다. 또한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점진적이며 안정적인 변화를 선호한다. 즉, 기존 체제의 안정성을 더 중시하며, 비록 현재가 약간 불합리할 지라도 변화에 따른 위험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제적인 면에서는 시장 경제를 지지한다. 다시 말하면, 경제에 있어서는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반면 좌파에서는 사회체제의 불합리함이 있으면 이를 개혁하고 혁신의 대상으로 본다. 이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과 불합리함을 해소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부여한다. 이것은 다시 경제적 측면으로도 연결이 되는데, `보이지 않는 손`에 온전히 맡기기보다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며 약자에게 조금의 혜택이라도 주기 위해서, 그리고 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국가의 개입을 주장하게 된다. 즉 국가의 계획 경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3. 역사적 인물로 보는 보수와 진보
앞에서도 살폈지만 사실, 우파와 좌파의 개념은 프랑스 시민혁명에서 출발하여 같은 시민계급에서 그 가치관과 성향에 따라 나뉘게 된다. 따라서 조선왕조만 살펴보아도, 임금과 양반이 중심이 되는 일종의 군주제였기 때문에, 엄격히 말해서 우파와 좌파를 분리해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성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가 살필 수 있는 지배계층의 대부분은 사회의 체제의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거의 모두가 우파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름만 대는 알고 있는 역사적 위인들은 거의 모두가 진보적 성향의 인물임을 먼저 알고 가야 한다. 역사에서 이름을 날린 영웅과 선각자는 혁신과 개혁을 통해서 이를 성취한 모두 진보적 성향의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럼 조선의 4번째 군주 세종대왕은 진보적 인물일까? 보수적 인물일까? 세종대왕의 수많은 업적 중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이 무엇인가? 바로 한글 창제이다. 한글 창제는 정말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지금이야 국민의 99.99%가 한글을 읽고 쓸 수 있지만, 그때 당시의 문자는 오로지 기득권의 전유물이었다. 극소수의 양반계층만 누렸던 문자의 특권을 제1의 권력인 세종대왕이 깨버린 것이다. 어려운 한자 대신에, 만백성이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표음문자인 한글을 창제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든 백성들이 글을 이용해서 송사의 억울함을 쉽게 풀 수 있게 하였다. 세종대왕은 스스로 가장 최상의 권력이었으면서, 백성의 평안함을 위해서 스스로 기득권의 특권을 깨버린 것이다. 그는 한글 창제에 있어서 만큼은 매우 진보적 인물이다.
조선의 15대 군주인 광해는 어떠한가? 그는 진보적 군주인가, 보수적 군주인가? 아직도 광해를 미친 폭군으로만 알고 있는가? 광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했을 당시, 선조가 36계 줄행랑 권법으로 왜놈들에게 예기치 않은 혼란스러움만 안겨줄 때, 그 전란 중에서도 백성들을 다독이며 진정한 세자로서의 모습을 각인시켰던 인물이다. 전란을 직접 겪은 흔치 않은 조선의 세자였던 그가, 임금이 된 후 펼친 정치는 여러 가지로 개혁적인 모습이 많았다. 광해는 당시 당연히 명나라에게만 사대해야 한다는 조선의 엄중한 분위기를 깨고, 청나라와 명나라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던 중립외교를 펼쳤으며, 대동법을 시행하는 등 집권기 동안 그는 체제의 안정성을 꾀하기보다는 개혁군주로서 성격이 더 강한 편이다.
비교적 최근의 인물로 가게 되면, 흥선대원군은 어떠한가? 만약 흥선대원군을 `통상 수교 거부 정책`으로 조선의 왕권 체제를 강화시키려고만 했던 인물로만 알고 있다면, 그는 당연히 극보수적 인물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집권기 10년 동안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호포법`을 시행했으며, 성리학 사회였던 조선에서 서원철폐를 단행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조선의 재정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양반과 성리학의 사회 조선에서 이를 해낸 사람은 흥선대원군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60여 년의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를 몰락시킴으로써 정치, 민생적으로 부패한 탐관오리들을 모두 척결시키게 된다. 이 모든 것을 그 집권기 10년 동안에 해내게 된다. 그는 흥선대원군의 이러한 업적에 있어서 만큼은 진보적인 인물임에 틀림없다.
4. 보수가 옳은가 진보가 옳은가
앞서 역사적 인물을 통해서 진보와 보수의 예를 살펴보았지만, 이는 대표적인 업적을 가지고 살펴본 것이다. 사실 한 사람이 어떤 영역에서는 진보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다른 영역에서는 보수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보수 또는 진보에 대해서 한 사람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냥 그 인물은 그런 성향이 조금 더 우세하다고 표현할 뿐이다.
그럼 우리 사회의 지도자, 정치적, 경제적 지배계층의 사람들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는가? 그리고 어떤 쪽이 옳은 것인가? 정답은 없다. 사실 진보적 성향이 좋은지, 보수적 성향이 좋은지는 개인 취향의 문제이다. 만약 사회의 지배계층 또는 지식인 집단이 너무 진보적인 성향만 갖고 있다면, 사회가 너무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매년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여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보수적인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면 사회가 썩어 수렁으로 들어가도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
유시민 작가는 2017년 방영된 JTBC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수와 진보의 균형에 대해 이런 말을 했었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즉, 진보와 보수의 양 날개로 날아야만 적절히 균형을 유지하며 날아갈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항상 적정한 균형에서 때로는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면서, 때로는 혁신적으로 좌와 우의 균형이 올바로 유지할 줄 알아야 함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 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녹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조금 헷갈릴 수 있는 보수와 진보의 기원과 그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으며, 그 시작은 프랑스 대혁명의 좌파와 우파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역사적 인물의 사례를 통해서 보수, 진보적 성향의 인물이란 무엇이며, 왜 역사적 영웅과 선각자는 진보적 인물일 수밖에 없는지 그 의미를 되짚어 보며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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